세기의 쉐프, 세기의 레스토랑
온갖 맛있는 음식에 화려한 데코레이션이 더해저 입맛을 돋우는 새로운 예술로 다시 태어난 곳, 그곳이 바로 주방이다. 가게의 문에 "open"이라는 문구가 걸리고, 웨이터와 지배인이 손님들이 들어서기를 기다리기 전 부터 주방은 레인지의 불꽃보다 더 뜨겁게 달궈져있다. 손님이 찾아오기 전, 손님이 주문을 내리기 전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있어야 하는 주방, 어느새 커다랗고 유명한 레스토랑의 주방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공간 이외에 엔터테이닝의 공간으로 더 친숙해진듯 하다. "Hell s Kitchen"의 고든 램지와 "Jamei s Kitchen"의 제이미 올리버 등, 요리사들은 방송전파를 타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유명인이 되었고, 그들이 치열한 때로는 즐거워보이기도 한 전쟁을 치루어내는 주방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대중은 TV를 통해 보이는 유명인으로서의 요리사들의 모습 이외의 진정한 프로 요리사로서의 그들의 모습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그들이 유명인 요리사가 되기전에, 서너개의 레스토랑의 오너가 되기 전 그들은 어떤 모습의, 어떤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을지. 그러한 관심과 궁금증을 가진 사람에게 킴벌리 위더스픈의 [세기의 쉐프, 세기의 레스토랑 (Don t Try This At Home)]은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킴벌리 위더스픈은 이 책 안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사랑받는 40인의 쉐프와 그들의 레스토랑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40명의 쉐프 중 내가 알아보겠는 사람은 고든 램지와 [앗 뜨거워! Heat!]의 저자이자 밥보 의 오너인 마리오 바탈리 뿐이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요리사들간의 선후배관계와 주방안에서 이루어지는 도제시스템, 그로 인한 원한관계들을 알 수 있어서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라도 누구누구의 원수, 누구누구의 선배, 라는 식으로 알게 되어 꽤나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왠지 직접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누군가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알게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유쾌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 책은 40인의 쉐프가 유명해지기 전, 그리고 유명해지고 난 후 겪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얼렁뚱땅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망가진 예식용 케이크를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 파티 호스트의 애견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칫 실수로 수십마리의 가재가 상해버려 도시 전체를 탈탈털어 바닷가재를 공수해야 하기도 했던 아찔한 사건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하지만유쾌함 이외의또다른 장점이 존재한 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 책에는 비단 스타가 된 쉐프들의 미운오리새끼 시절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 본토 음식과 쉐프들에 대한 동경과 도전정신, 그리고 미국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 쉐프들의 성공 스토리가 담겨있어,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끈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 팻 덕의 해스톤 블루멘탈, 밥보의 마리오 바탈리, 다니엘의 다니엘 불뤼드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저자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미국을 비롯하여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에서 성공을 거둔 쉐프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미국으로 이주한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쉐프들의 성공담이기도 하며, 미국인으로 태어난 쉐프들이 프랑스에 대해 갖는 막연한 동경심과 콤플렉스, 배우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예기치 못한 재난을 기지로 모면한 이야기, 주방에서 자기가 저지른 기막힌 실수들, 초보 시절 상사 또는 동료들에게 받았던 냉대, 직원들과의 미묘한 갈등, 또는 유명인사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 등 이 업계에서 부딪치게 되는 상황들이 대가들의 입을 빌어 펼쳐진다.
국제 회의 식사를 준비하던 중 3200인분의 바다가재가 보관 실수로 상해버려 그 도시의 모든 바다가재를 긁어 모아 공수했던 일, 요리 입문 과정에서 일하는 스타일이 다른 주방장과의 마찰, 쉐프가 자신의 주방을 떠나 다른 곳으로 출장을 나가서 현지 스태프와의 사인이 맞지 않아 벌어지는 혼란들, 손님이 특별히 주문한 웨딩 케이크가 운송 과정에서 망가졌을 때의 위기 대처, 외국 레스토랑에 요리를 배우러 갔을 때의 언어상의 문제로 수모를 겪었던 일 등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에서 40인의 스타 쉐프들은 역시 세기의 쉐프답게 어떤 재난과 고비에도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멋지게 극복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요리를 직업으로 하고 있거나 또는 음식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당혹스러운 상황들을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또한 쉐프들과 함께 이 상황들을 겪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한 묘사와 함께 정밀하고 맛깔스럽게 편집되었다. 덧붙여, 이 책에 소개 되는 세기의 쉐프들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손님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완벽하게 위기를 해결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비단 요리에서뿐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책임감과 강한 의지를 가지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이 책의 본문에서 등장하는 레스토랑들을 한데 모아서 세기의 레스토랑 들을 집대성하였다.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전설적인 레스토랑을 비롯하여 대부분 그 이름 값을 하고 있는 곳들로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 볼 만한 곳들이다.
편집자 서문
번역자 서문
자주 나오는 용어 정리
1. 제로나의 악몽 페란 아드리아
2.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호세 안드레스
3. 데이비드 불레이를 만나다 댄 바버
4.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마리오 바탈리
5. 하나가 되어 더 맛있어진 두 가지 맛 미쉘 번스타인
6. 팻 덕의 어려웠던 시절 헤스톤 블루멘탈
7. 출장은 어려워 다니엘 불뤼드
8. 새해의 참사 앤서니 보댕
9. 바보들의 배 지미 브레들리
10.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스콧 브라이언
11. 선의의 거짓말 데이비드 버크
12. 비스킷을 부탁해 새뮤얼 클라크
13. 쉐프는 출장 중 톰 콜리키오
14. 여기는 너무 미끈거려요 스콧 코넌트
15. 유포리아 태머신 데이-루이스
16. 눈을 기다리며 톰 더글러스
17. 야생동물 다루기 와일리 뒤프렌
18. 토미 플린 씨의 기적 조너선 아이스만
19. 거품의 공격 클라우디아 플레밍
20. 어설픈 기대 가브리엘 해밀턴
21. 시간과 장소의 수호령 퍼거스 헨더슨
22. 클로즈 업은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폴 칸
23. 폭풍 속의 신부 허버트 켈러
24. 파리의 이방인 조르조 로카텔리
25. 오페라의 밤 마이클 로모나코
26. 햄튼에 레스토랑을 오픈 하기 위한 가이드 북 피노 론고
27. 기막힌 실수 메리 수 밀리켄 & 수전 페니거
28. 가족과 쉐프 새라 물턴
29. 새들을 위하여 타마라 머피
30. 쉐프와 함께 하는 테이블 신디 폴신
31. 우리의 첫 번째 금요일 닐 페리
32. 알리바이 미쉘 리처드
33. 웨이터가 된다는 것은 에릭 리퍼트
34. 병영 생활 알랭 새라크
35. 심한 냉대 마커스 새뮤엘슨
36. 네버랜드 빌 텔리펀
37. 친지와 가족을 모시는 밤 로렌트 투론델
38. 트로이의 쿠키 톰 발렌티
39.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노먼 반 아켄
40. 미슐랭 맨 조프리 자카리안
부록: 세기의 레스토랑들
편집 및 번역자 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