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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저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현재 생명과학 대학교재를 보면 엄청나게 두껍다. 저자는 1,000 페이지를 이야기했지만, 그것을 훨씬 넘어간다. 생명과학 전공자인 나로서도 이걸 어떻게 다 공부하나 싶다(그래서 전부 다 강의하고 공부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게 생명과학의 전부도 아니고, 이른바 ‘일반’ 생명과학. 즉, 생명과학 기본서가 그 정도다. 그만큼 ‘현대’ 생명과학은 내용상 어마어마한 발전을 했다. 다르게 생각하자면, 몇 가지의 원리로 요약하고 그것의 응용으로 얘기할 수 없는 분야라는 뜻도 될 것이다(그래서 모든 것을 다 설명해야 한다).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생명과학이라는 게 하나의 과목, 또는 분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생명과학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면, 분자생물학 전공자와 생태학 전공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언어를 쓰며, 전혀 다른 스케일로 생명 현상을 해석하며, 전혀 다른 논리로 이야기한다. 분자생물학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분자생물학의 세부 분야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분야 정도로 나눌 수 있는 분야가 서로 다르면 상대방의 연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세균학을 하는 사람과 바이러스학을 하는 사람도 서로 얘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많은 사람들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구분하지 못하고, 서로 같은 것이라 보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아무튼 생명과학 자체가 굉장히 넓은 분야이면서 발전이 굉장히 빠른 분야다. 그래서 생명과학자는 자신의 분야에서라도 그 발전을 쫓아가기 바쁘다. 구닥다리 지식으로 버티게 되는 상황이 순식간에 찾아와 버린다. 그런데, 이런 생명과학의 발전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생명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하는 게 쏟아지는 데 그것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과학 칼럼니스트 강석기의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제목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은 그 물음에 답한다. 획기적이고, 새로운 생물학을 만들어낸 논문과 그 저자를 추적하고 있다. 모두 28개의 논문이다. 여기에는 DNA와 RNA에 관한 논문들, 획기적인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추적한 논문들, 진화에 관한 논문들, 생리학에 관한 논문들, 발생학에 관한 논문들(당연히 줄기세포가 여기에 포함된다), 신경과학에 관한 논문들, 그리고 프리온이나 미미바이러스와 같은 기존의 상식과 완벽히 상반되는 발견을 발표한 논문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의 논문들은 기존에 이른바 생명과학의 고전이라고 알려진 논문들이 아니다. 이를테면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에 관한 논문, 자크와 모노의 오페론 논문, 혹은 윌머트의 복제양 돌리에 관한 논문, 니렌버그의 유전암호를 밝혀낸 논문 등등은 없다. 너무 잘 알려진 고전적 논문들은 없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고전’이 되는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나 microRNA라든가, 맛 수용체라든가, microbiome이라든가, 호메오박스라든가 하는 것들은 현재 발전에 관해서라면 exponential state(지수적 성장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아직도 밝혀야 할 것이 많은, 그야말로 hot한 분야이다. 그래서 이 책 자체가 현대 생명과학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글들은 이미 몇 개는 읽은 바가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책으로 나오겠거니 했었다. 그러나 조금 시일이 늦춰지는 바람에 아주 최신의 발전은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런데, 2010년대의 성과들이 많이 담겨 있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논문들의 발견이 이미 ‘현대 생명과학’이 아니란 것은 아니다. 여기의 논문들은 바로 지금 수많은 생명과학자들이 불 밝혀 연구하고 있는 현대 생명과학의 현장을 만든 논문들이다.
강석기 월드 의 탄생!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를 있게 만든
‘오리지널 논문으로 읽는 생명과학’을 책으로 만나다
과학전문 작가 강석기가 풀어내는 생명과학의 기원

강석기 작가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5년 연속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를 어떻게 탄생시켰을까? 사회적 이슈나 최신 연구결과에서 대중이 얻어낼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강석기 작가는 어떻게 뽑아내는 것일까? 여기 강석기 월드 가 탄생한 배경을 소개한다. 생명과학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28편의 오리지널 논문을 바탕으로 그 논문의 성과와 그에 얽힌 비화, 그리고 연구자의 치열한 고뇌와 개인적 고민까지 담아낸 28편의 에세이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 생명과학의 탄생’, ‘유전자 사냥’, ‘진화의 진화’, ‘생리학의 재발견’, ‘발생의 미학’, ‘떠오르는 신경과학’, ‘상식의 벽을 넘다’로 나뉜 7개의 파트는 각각 현대 생명과학을 생물학과 구분 짓는 발견들을 그 토대로 하고 있다. 각 파트에는 네 개의 논문이 소개되는데, 가장 빨리 발표된 논문은 1880년에 발표된 논문일 만큼 현대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데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자생물학, 유전체공학, 생리학, 발생학, 신경과학 등을 다룬 각각의 파트를 따라가다 보면, 현대의 생물학(생명과학)이 가지는 의미와 이 분야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서문

part 1│현대 생명과학의 탄생
1. 허버트 보이어의 제한효소를 이용한 재조합DNA 실험 1973년
2. 김성호의 운반RNA 3차원 구조 규명 1974년
3. 토머스 체크의 RNA효소 발견 1982년
4. 빅터 앰브로스의 마이크로RNA 발견 1993년

part 2│유전자 사냥
5. 버트 보겔스타인의 대장암에서 p53 유전자 결손과 돌연변이 발견 1989년
6. 제프리 프리드먼의 ob 유전자 발견 1994년
7. 데트레프 바이겔의 개화유전자 FT 발견 1999년
8. 찰스 주커의 쓴맛 수용체 유전자 발견 2000년

part 3│진화의 진화
9. 스탠리 밀러의 초기 지구 조건에서 아미노산 합성 실험 1953년
10. 조지 윌리엄스의 자연선택 담은 노화진화이론 1957년
11. 칼 우즈의 고세균 제안 1977년
12. 데이비드 렐먼의 구강 박테리아 다양성 발견 1999년

part 4│생리학의 재발견
13. 한스 셀리에의 스트레스 현상 발견 1936년
14. 마샤 맥클린톡의 월경 동기화 현상 발견 1971년
15. 시모어 벤저의 생체시계 돌연변이 초파리 발견 1971년
16. 레셀 포스터의 눈먼 쥐의 일주리듬에 미치는 빛의 영향 확인 1991년

part 5│발생의 미학
17. 헨리 폴즈의 지문에 대한 연구 1880년
18. 앨런 튜링의 형태생성 반응-확산 모형 제안 1952년
19. 마틴 에번스의 생쥐 배아줄기세포 확립 1981년
20. 발터 게링의 호메오박스 발견 1984년

part 6│떠오르는 신경과학
21. 사이먼 르베이의 동성애자 뇌구조 차이발견 1991년
22. 사무엘 웨이스의 성체 신경세포 생성 발견 1992년
23. 제이 기드의 청소년 뇌 발달 추적 MRI 연구 1999년
24. 조지프 르두의 기억 재강화 메커니즘 규명 2000년

part 7│상식의 벽을 넘다
25. 스탠리 프루시너의 단백질 감염 인자 프리온 제안 1982년
26. 살바도르 몬카다의 일산화질소의 근육이완 효과 발견 1987년
27. 이서구의 활성산소 신호전달 메커니즘 규명 1998년
28. 디디에르 라울의 미미바이러스 발견 2003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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